누구나 쉽게 말하는 잘 먹고 잘 싸기. 나는 그 모두가 쉽지가 않은 사람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잘 체하는 편이었고 심한 변비가 있어 늘 둘 중 하나로 고생을 해왔다. 그러다 이번 여름, 복강경으로 수술까지 해야만 했던 나의 변비 이야기를 우선 들려줘 보려 한다. 이번글은 오랜 변비의 끝, 직장류로 치질 수술이 아닌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된 후기이다.
1. 변비와 의료기관을 찾은 계기
어려서부터 잦은 변비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약을 처음 먹었던 기억은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아주 낡은 화장실을 보유하고 있던 나의 고등학교는 푸세식 화장실로 악명이 높았다. 물론 수세식도 있긴 했지만 그곳 또한 시설이 좋진 못한 데다가 학년마다 두서너 칸 밖에 여유가 없던 터라 가뜩이나 화장실을 가리는 나에게 있어 그런 화장실은 변비를 심화시키기에 최적의 상황을 제공했다.
그 이후, 대학 시절엔 잘못된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노상 굶는 통에 반복되었던 나의 변비, 그로 인해 언제가부터는 항문에 무언가 만져지기 시작했고 임신과 출산을 겪고 나서는 항문에서 탁구공만 한 살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사십 대 후반으로 곧 오십을 바라보고 있다. 그로 인한 노화가 항문질환과 변비를 더 심하게 발전시켰다.
이십 대 후반부터 비데의 관장기능을 사용해서 변을 보기 시작했고 관장 비데가 없으면 화장실을 아예 가질 못했다. 그로 인한 고충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러다 더 늙어 치매라도 걸릴라치면, 관장 비데 없이는 요양원을 가기도 어려울 판이라 그러기 전에 의료기관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을 했다.
2. 각종 검사와 결과
원래도 불안장애가 있는터라 죽을까 봐 남들보다 열 배는 더 열심히 의료기관을 다녀 안 해본 검사가 없을 지경인데, 정말 이번에 받은 검사들은 제대로 최악이었다.
가자마자 받은 검사들이 첫날만 열손가락을 다 꼽을 만큼 많았고, 장장 한 달 동안 검사를 해댔다. 그중 가장 최악의 검사는 대장운동검사이다. 남들은 검사자 앞에서 똥 싸듯 밀가루 반죽을 싸야 하는 배변조영술이 가장 힘들다고 했지만 관장을 하지 않으면 아예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나에게 있어 가장 힘든 검사는 대장 운동 검사였다.
이검사는 일주일 동안 시간차를 두고 알약을 먹으면서 그 알약이 대장에 어느 위치만큼 와있나 3번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대장의 운동능력을 검사하는 것인데, 그 기간 동안 대장을 자극시키는 어떠한 음식도 약도 관장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나 같은 사람들은 일주일을 고스란히 변을 못 보고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검사를 하고 관장을 해주긴 하지만 그 한 번의 관장으로 일주일치 변이 쉽게 나올 정도 사람이라면 그 어려운 검사는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 집에 와서 3일을 변비약을 먹고 폭풍설사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걸려있는 듯한 딱딱한 변 때문에 응급실을 가서 손으로 파내 달라고 해야 할 상황까지 갔었는데, 다행히도 3일째 되는 날 성공해서 그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사를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마지막으로 배변 조영술을 하게 되는데, 제일 걱정을 하고 갔던 검사지만 은근 놀이기구를 타는듯하고 주사기로 직장 안에 넣어주는 반죽이 급하게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통에 수치심 따위는 느낄 새도 없었다.
모든 검사가 끝나 직장 중첩증과 직장류로 인한 변비로 결과를 받았고 처음에는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처방받았었다.
물론 그런 걸로 될 것 같았으면 아예 검사를 받으러 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1회의 운동치료 후 바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이로 담당의가 변경되었고, 바뀐 담당의는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아 주었다.
3. 복강경 수술 후기
수술 후 배에 구멍이 5개가 뚫렸다. 복강경수술이 대부부구멍이 세네 개가 뚫리던데 나는 쓸개까지 떼어내느라 5개가 뚫린 건지 원래 그렇게 뚫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수술 후 마취가 깨고 그날만 약간의 통증과 어지럼증이 있고 다른 날은 멀쩡했다. 당일도 진통제를 여러 개 꽂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고통은 없다. 단지 움직일 때마다 수술부위의 통증이 있다.
내가 한 수술의 정식 명칭은 복강경 인공막 직장 전방절제술이다. 외우기로 어렵다. 오래된 변비와 임신 출산, 노화 등으로 늘어난 직장이 주머니처럼 늘어져 아무리 힘을 줘도 변이 항문으로 밀려 나오지 않고 주머니에 머물게 되는 머 그런 질환이다. 그래서 변비약을 먹어도 설사는 설사대로 나오지만 주머니 안에 머물러 있는 변은 딱딱해진 채로 머물러서 잔변감이 극심해지고 딱딱해진 변이 나올 때 항문이 찢어진다.
그런 이유 때문에 늘어진 직장을 막을 이용해서 꼬리뼈에 매다는 그런 수술이다. 직장을 잘라냈는지 꿰맸는지는 아직 물어보진 못했다.
수술 전날 입원해서 5일을 입원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밥은 한 끼도 주지 않는다. 나가는 마지막 날 아침에 멀건 쌀 국물 같은 국물만 내어준다. 5일 동안 밥을 못 먹었더니 몸무게가 4킬로나 빠졌었다. 물론 퇴원 후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두들 수술 결과가 궁금할 것이다. 직장류 수술을 하고 2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비데로 관장을 하지 않으면 화장실을 못 가고 있는 중이다. 수술비는 750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 수술을 괜히 한 걸까? 아직 초기라 그런 걸까? 더 있으면 정상 배변이 되려나?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다시 후기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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