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지성인 데다 알레르기가 심해 어려서부터 피부과 치료를 줄곧 받아오던 터인데, 어느 날부턴가 몹시 다리가 가렵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한 좁쌀여드름이랑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나의 피부주사염 치료 과정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주사염의 시작
어느 날부터 야근을 하다 보면 발목이 몹시 가려웠다. 마구 긁다 보면 피가 맺힐 지경이었다. 처음엔 좁쌀처럼 작은 여러 개의 알갱이 수포가 보이더니 하루이틀 지나자 동전모양으로 동그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동전은 하루 이틀 지날 때마다 크기가 점점 커져 가더니 나중엔 손바닥 만하게 커졌고 급기야 양쪽 무릎아래 전체가 염증으로 뒤덮였다.
낮에는 바쁘기도 했고 가려움증이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저녁에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급속도로 가렵기 시작했고 밤에는 잠을 못 잘 정도로 가려웠다. 다음날 출근을 하고, 오후가 되었을 때 내 발목을 보니 다리에서 진물이 흘러내려 양말 윗선을 따라 동그랗고 노란 링 모양으로 진물이 굳어있었다.
2. 확진 과정
용하다는 동네 의원, 타 지역의 한의원, 심지어 지방에서 서울까지 대 원정 의료 기관 투어를 시작했다.
어딜 가면 풀 알레르기라고도 하고 어딜 가면 속이 냉해서 그렇다고도 하고 소음인이라 했다가 소양인이라고 했다가 한의원을 가보나 병의원을 가보나 제각기 다른 병명을 쏟아내며, 여러 가지 약들을 지어줬다.
1년 여가 지났을까. 얼굴에 좁쌀여드름이랑은 다른 오돌토돌한 빨간 여드름처럼 생긴 것들이 올라왔다. 붉기도 하고 약간 부어오르기도 하고 짜면 진물만 나온다. 여드름은 생기면 수일 내에 그 자리가 아물지만 이것들은 달랐다. 점점 옆으로 번져 갔다.
다리에 나던 그 염증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지만 그때 다니던 의료기관의 선생님은 다리의 염증과 같은 풀 알레르기 라며, 몇 달 동안 내내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 주고 밤마다 아주 뜨거운 물에 얼굴을 푹 담그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돌파리가 아닌가 싶다. 뜨거운 열은 피부주사염엔 쥐약과도 같은 처방이다.
6개월을 다녀도 상태는 더 악화되기만 했다. 다리는 여전히 가려웠고 얼굴은 붉고 오돌토돌했다. 그래서 언니가 추천하는 서울에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비싼 한약과 함께 소금봉지를 잔뜩 처방해 줬다. 그 소금으로 상처를 매일 씻으란다. 뜨거운 물에 이어 소금으로 씻는 과정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저기 맨 위에 올린 사진처럼 내 얼굴 전체가 벌겋게 불타는 감자처럼 변해 있었다. 창피해서 모두 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눈이랑 입도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부어올라있었다. 부어서 얼얼하다고 해야 하나 약간의 통증, 가려움, 진물, 하얀 좁쌀여드름 같은 염증들을 합쳐 온갖 현상 들이 다 나타났다. 저 얼굴을 하고도 출근을 해야 했던 나, 더 놀란 직원들이 얼른 치료를 받고 오라고 등을 떠밀었었다.
우여곡절 끝에 본래 다니던 의료기관에서 원래 봐주시던 나이 많고 제일 경력 많아 보이던 할아버지 급의 피부과장이 아닌 젊은 아가씨 같은 선생님께 피부주사염을 확진받았고 그에 맞는 처방이 내려졌다.
3. 치료 과정
지금은 피부주사염을 확진받고 7.8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치료를 받으러 꾸준히 다니고 있다. 처음엔 2주에 한 번씩 그다음은 한 달에 한번 주기로 의료기관을 다녔고 상태가 좋아지고 난 후에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치료를 받아본 결과, 피부주사염은 확진을 받는 것 자체가 아주 중요하다. 몇 년을 확진을 제대로 받지 못해 온갖 곳을 떠돌았는지 모른다. 확진을 받으면 그에 대한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처방해 주는데 먹고 바르면 정말 며칠새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염증들이 사라진다. 뜨거운 물에 얼굴을 담그고 소금물을 뿌리고 몇 해를 고생했던가.
4. 결론
처음 다리에 낫던 염증수포들이 얼굴의 피부주사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그즈음 과도한 업무로 거의 매일 야근을 했던 때이고, 몸이 최고로 안 좋다고 느낄 때였던 것 같다. 스트레스로 온몸이 찌들어 있을 때이다. 그 또한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와중에 스트레스를 푼다며 주말마다 텃밭에 나가 호미질을 했었다. 해가 최고로 뜨겁던 한여름에도 다 가려지지도 않는 모자를 쓰고 햇빛아래 하루종일 나가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느끼기에 피부주사염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햇빛이 아니었을까. 혼자 결론 내려 본다.
혹시 나와 같은 현상으로 고생 중인 분이 있다면 피부주사염을 진료해 주는 전문 의료 기관을 찾아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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